지난 9월 8일 서울시 생활이동 데이터 기자설명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약간 수정하여 여기에 기록해둔다. 발표시간이 7분으로 매우 짧았기 때문에 만들었던 자료들을 일부 덜어내고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그 중 일부를 다시 덧붙여 올린다.
서울시 생활이동 데이터는 KT의 휴대폰 시그널을 가공하여 만든 데이터로 서울시와 KT, 그리고 한국교통연구원이 공동 개발하였다. 데이터는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에 행정동 단위로 공개되고, 서울시 빅데이터 캠퍼스에서는 좀 더 자세한 버젼을 이용할 수 있다. 이 발표자료는 행정동 단위보다 조금 더 자세한, 시간대별 교통폴리곤 단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공개된 형식의 데이터를 가공하여 지도 위에 그려보는 작업은 지난번에 소개하였다.(아래 링크 참고)
데이터의 가장 자세한 형식은 아래와 같다. 서울시 빅데이터 캠퍼스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언제 어디서 어디로 얼마나 어떤 성별과 어떤 나이대의 사람들이 이동했는지 나와 있는데, 야간상주지와 주간상주지를 추정해서 이동에 속성을 붙인 점이 특별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HW는 야간상주지에서 주간상주지의 이동을 의미하고,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이동을 '출근'이나 '등교'라고 부른다. WH는 주간상주지에서 야간상주지로의 이동이며, 퇴근/하교라고 할 수 있다.
이 이동을 지도에 그려보면 위와 같다.
지도에 표현된 집계단위가 교통폴리곤 단위다. 한국교통연구원에서 개발한 단위로, 행정동 하나를 대략 4개 정도로 다시 분할한 정도의 크기다.
서울로 오고가는 이동
서울에서 출발하거나 서울로 도착한 이동이 하루에 2000만회 정도 있는데, 2021년 4월 한 달 동안의 모든 이동을 지도 위에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서울과 연관된 이동만 있으므로, 강원도에서 경상북도로 이동한 데이터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림에서 모든 이동은 시계방향이다. 도착지점으로 갈수록 약간 굵어진다.
서울 내부의 이동이 워낙 많으므로 진하게 겹쳐져 나타났고, 멀리 제주도, 부산, 강릉에도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다. 제주도와 오가는 이동은 서울 시민인 경우도 있고, 제주도민일 수도 있으며, 인천 사람이 김포공항에 가서 제주도로 이동했다면, 그 이동 또한 포함된다.
위의 그림에서 서울 부분을 확대했다. 이동이 워낙 많으므로, 교통폴리곤 단위로 하루 평균 100명 이상 이동한 경로만 남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 지역으로 많이 오고간다. 어렴풋이 클러스터들도 보이는데, 강을 잘 건너지 않는 등 물리적 지형지물의 영향도 받는 것 같다. 단, 여의도는 마포구,용산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강동구와 하남시 등 서울 바깥과 하나의 생활권처럼 보이는 곳도 있다.
멀리서 김포공항으로 선들이 몇가닥 날아오는데, 공항과 공항처럼 먼거리라도 어떤 두 지역을 잇는 유일한 길목에는 사람들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이번에는 이동의 속성 중 HW, 즉 출근 및 등교 이동만 필터링한 후, 6시~9시에 출발한 이동들만 그려보았다. 역시 모두 그리면 선들을 분간할 수 없으므로 하루 평균 20명 이상 출근하는 경로들만 남겼다.
이번에는 근거리 이동도 보이지만, 원거리 이동들도 많이 살아남았다. 그 이동들은 광화문, 여의도, 강남역 등 주요 직장 밀집지역들로 향한다. 앞서 모든 이동들은 근거리 이동들이 상위권이었지만, 아침시간대와 출근 이동으로 잘라내고 나니, 원거리 이동이 상위권에 함께 들어왔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일하기 위해서 먼 거리를 움직여야만 한다.
서울 내부의 이동은 지우고, 서울 외부에서 서울로 오는 이동만 남겼다. 집계 기준도 읍면동 기준으로 좀 더 단순하게 집계했다. 이제 직장밀집지역들이 좀 더 확실하게 드러나는데, 일종의 출근권역이 보인다. 예를 들어, 일산에서는 광화문이나 여의도로 많이 출근하지만 강남역으로는 상대적으로 덜 움직인다. 도착지 중심으로 말해보자면, 강남역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남양주, 하남, 성남에 주로 살고 있다. 가산디지털단지의 직장들은 광명과 부천을 배후 거주지로 두고 있다.
퇴근시간대의 WH, 즉 퇴근이동만 보면 위의 그림과 같다. 서울 주변의 주거밀집지역들이 보인다. 하루동안 사람들은 이렇게 서울로 모였다가 다시 흩어진다.
성별 연령별 이동
이번에는 연령별로 보자. 우선 10대
10대가 학교에 갈 때는 대부분 휴대폰을 꺼놓기 때문에, 휴대폰 시그널로 만들어진 10대의 이동은 주로 학원가에 집중되어 있다. 목동, 대치동, 중계동, 명일동 등 서울의 대표적인 학원가들이 보인다.
20대의 이동은 대학 주변과 종로, 강남, 잠실 등 주요 번화가에 집중되어 있다.
30대는 주로 직장밀집지역들에 이동이 많이 집중된다. 물론 직장밀집지역들 주변에는 대부분 상업시설도 많기 때문에, 순전히 업무를 위한 이동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40대의 이동은 30대와 마찬가지로 직장밀집지역도 있지만, 지도에서 붉은색 원으로 표시된 곳들 역시 이동이 많이 관찰되는데 목동이나 강동구는 주거지역이기도 하다.
40대의 이동 중 평일만 필터링한 후 성별로 구분해보면, 앞서 섞여있던 이동이 다시 지역적으로 어느정도 분리된다. 남성은 업무지역 위주로 이동하고, 주거지역에서 잦은 이동을 보이는 사람들은 주로 여성임을 알 수 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면서 자식을 낳으면서 사회적인 역할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처럼 특정 나이대의 성별 이동은 지역적으로 분리되기도 한다.
상권의 범위
이번에는 특정한 지역을 오고간 이동들만 걸러냈다.
광화문과 종로 지역을 오고간 이동만 걸러내면 상권, 혹은 출근 권역이 보인다. 검은색 다각형은 적당히 손으로 그린 것으로, 대략적인 권역을 '적당히' 그려보았다.
종로와 강남역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권역이 차이가 난다. 강남역은 남쪽으로 수원까지 뻗어 있다.물론 동쪽으로 송도나 김포까지 오가는 이동도 보이는데, 수원 방향으로 좀 더 강한 방향성을 보인다.
노원역은 아무래도 종로나 강남보다는 상권의 권역이 작다. 의정부와 양주쪽으로 주로 오고가며, 서울 안쪽으로는 종로 쪽으로 주로 오고간다.
기자설명회에서는 '어느'백화점이라고만 언급했는데, 위의 그림은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개장 전후를 비교해본 그림이다. 이동들 중에서 흰 점으로 표시된 곳에 집이나 직장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이동들은 제외했다. 흰 점 지역에서 이동이 시작되었는데 HW, HE, WH, WE 이동으로 속성이 붙은 것들이나, 흰점 지역으로 이동이 종료되었는데, EH, WH, EW, HW로 속성이 붙은 것들은 제외했다.
이 백화점은 2021년 2월 말경에 개장했는데, 2월과 3월을 비교하자니 계절적 요인에 따른 변화도 있을 것 같아서, 개장 효과가 다소 사라진 2021년 5월과 1년전 5월을 비교했다. 확실히 사람들이 오고가는 권역도 넓어지고 강남쪽으로 연결된 선들도 많고 굵어졌다.
물론 IFC도 인접해 있고, 여의나루역 한강공원 등 다른 시설들도 있으므로 온전히 더현대서울을 온 사람들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1년전 과의 차이는 대부분 더현대서울로 인한 이동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좀 더 정확히 따져보려면 개점시간을 구분하거나 좀 더 원천 데이터에 접근하여 계산해봐야 할 것 같다.
생활권의 범위
가양역처럼 거주지들이 많은 곳들을 오고가는 이동만 걸러내보면 일종의 '생활권'이 된다. 가양역 주변이 집으로 추정되는 이동들만 필터링했다.
가까운 곳과의 이동이 많고 먼 곳과의 이동이 적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렇지만 이동의 빈도는 동서남북으로 고르게 멀어지면서 줄어들지 않고, 교통의 연결정도에 따라 다른 정도로 줄어들면서 이지러진 다각형의 생활권을 만든다. 혹은 위 그림처럼 잠실새내역에서는 중간 지역을 건너뛰고 광화문이나 여의도처럼 직장 밀집지역과 좀 더 긴밀하게 연결되기도 한다.
현대 도시에서 생활권은 연속적으로 인접한 공간의 집합이 아니다.
면목역 같은 경우에는 서울 외부보다 서울 내부 방향으로만 생활권이 뻗어 있다. 7호선을 따라 움직이는 것 같으면서도, 동대문 쪽으로는 직결된 지하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동을 보여준다.
은평 뉴타운은 광화문과 종로 곳곳으로 많이 이동한다. 고양시 쪽으로도 이동이 많다. 서울 내부와 외부로 함께 확장된 특이한 경우에 해당한다.
서울은 아니지만 서울보다 끈끈하게 연결된 곳은?
이번에는 시군구 단위로 이동을 집계해봤다. 가장 이동이 많은 지역부터 줄 세워보면, '어떤 지역과 어떤 지역이 밀접하게 연결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곳들이 드러난다. 사람들의 이동량으로 시군구간의 연결정도를 파악해보자.
가장 이동량이 많은 곳은 서초구와 강남구다.
그 다음은 송파구와 강남구
그 다음은 송파구와 강동구
4위는 강서구와 양천구다.
5위는 마포구~서대문구
그런데 6위는 엉뚱하게도 강동구와 경기도 하남시다. 하남시는 경기도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내부의 다른 지역들과 함께 비교해도 이동량이 6위에 이른다.
그렇게 이동들을 순서대로 그려서 늘어놓으면 아래와 같다.
김포, 고양, 의정부, 부천, 남양주, 하남, 성남과 같은 시군구는 서울의 일부 지역들보다 이동량이 좀 더 많다. 이 그림에서는 아직 한강을 넘나드는 이동들이나 성동구와 중랑구들이 연결되지 않았다. 따라서 그림에 보이는 경기도 지역들은 그보다 더 긴밀하게 서울과 연결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은 행정구역을 넘나드는 거대 생활권역이 되었다.
거주지로부터 얼마나 떨어진 곳으로 오고 갔는가?
이번에는 이동들을 거주지로부터 떨어진 정도에 따라 구분해보겠다. 물론 이 데이터로 추정하기에는 약간 부족하지만, 이동의 속성을 참고로 해서 야간상주지에서 출발한 이동들만을 걸러내서 집계해보면 어느 정도는 추정해볼 수 있다.
예를들어 이런 질문을 해 볼 수 있다.
"코로나 시기에 가까운 곳을 더 많이 다니고 먼 곳은 덜 다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코로나 시기에 제주도는 덜 갔을까?"
집계 영역들로 구분된 이동들에는 이동의 직선거리 속성이 붙어 있다.
이동들 중 야간상주지에서 출발한 이동들만 걸러낸 후, 2019년 10월과 2020년 10월의 이동들을 집계해서 비교했다.
서울 은평구에 살든, 양천구에 살든, 강동구에 살든, 모든 이동들을 동일하게 취급한 후, 다시 거주지와의 거리에 따라서만 집계한 것이다.
위의 그림처럼 대부분의 이동은 거주지로부터 50km 이내의 이동이다. 코로나로 인해 먼 곳을 잘 가지 않았는지, 2019년보다 2020년에 50km 이내의 이동량이 늘어났다.
50km 이상은 납작해서 안보이므로 한번 확대해보자.
150km 구간까지의 이동은 근소하게 많고, 200km~350km 구간까지의 이동은 줄어들었다. 차이가 잘 안보이므로 2020년에서 2019년의 이동량을 빼서 다시 그려보겠다. 양수가 되면 2020년의 이동이 해당 구간에서 더 많았음을 의미하게 된다.
그렇게 빼서 다시 y축을 확대했다. 0~49km 구간은 위가 잘려진 그래프다.
서울에서 150km~199km 구간이면, 강릉, 속초, 대전 등이 거리 안에 들어온다. 그 지역들 정도까지의 이동은 늘어났는데, 그보다 남쪽으로는 코로나 이후에 덜 갔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오히려 더 먼 제주도는 더 많이 갔다는 사실.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나가지 못해서 '제주도라도' 더 갔던 것일까.
생활이동 데이터로 '팬데믹 시기의 이동'을 보니 사람들의 오묘한 심리가 슬쩍 드러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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