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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를 살펴보다가

60~85제곱미터규모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세 곳.

각각 2006년부터 2020년 3월까지 시간에 따른(x축) 산포도다.

 

규제가 만들어놓은 실질적(혹은 심리적)제한선의 영향이 보인다.

 

 

첫번째

성동구 옥수동 부근을 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취득세가 2%에서 3%로 오르는 9억 제한선 위로 좀처럼 거래금액이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보인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취득세 때문에 9억 미만으로 끌어내리려 했을 것이고 파는 사람은 양도세 제한을 약간 고려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전반적인 시세 자체가 9억을 확실히 넘어가는 순간 9억이라는 제한은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소위 잠실 '엘.리.트.레.오' 중 다섯번째 파크리'오'다.

여기야말로 9억이라는 규제의 영향이 아주 확실하게 보이는데, 2016년 중반 이후로는 오히려 9억 이하로 거의 거래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동안 눌려있던것이 억울했던 만큼 훅훅 올라가는 모양새다. 제도적 규제는 위든 아래든 주변 가격을 제도선 이하로 수렴시키는 것 같다.

2019.12.16 규제 이후(그래프에서 희미한 노란 수직선)에는 오히려 15억 이하가 없다. 이미 15억은 넘어섰다고 판단되었는지 규제는 하한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번째 그림에는 '엘.리.트.레' 네 아파트가 조금씩 섞여 있는데 '엘스와 리센츠 두 아파트가 좀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보면 9억 규제가 2012년에 실거래가가 한창 떨어졌을 때 잠시 상한선으로 작용했고, 2013년부터 다시 오를 때 하한선이 되어 있는게 보인다. 2019년에 이미 이 아파트들은 15억을 넘어섰으므로 작년 말의 15억 규제와는 상관없이 고가에 거래되는 것 같다.

 

사실 나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에 9억의 경우 취득세 제한 말고 또 다른 무엇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취득세 뿐이라고 본다면, 취득세 제한과 작년 말의 주택담보대출 제한의 실질적 차이는 매우 크기 때문에 '비슷한 규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담보대출 이외에도 신용대출 등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도 '불가능'이 아니라 제약이 있는 규제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심리적 요인이든 실질적 경제적 요인이든 시장에서의 가격이 그 제한선 언저리를 확실하게 넘어서면서부터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 예상은 된다. 억지로 틀어막기만 해서 과연 장기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잠시 한 가지 분명히 해 둘 점은, 나는 최근 3년 간 기이하고도 엄청난 아파트 가격 상승이 사회에 정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은 '무엇이든 억지로 해서 되는 것은 없다'는 것. 다들 아는데, 부동산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다. 아니면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거나.

 

여당 국회 180석의 시대가 되었는데, 뭐든 좋은 정책을 잘 만들어서 입법했으면 좋겠다. 가격을 낮춰 파는 사람들에게 신규 주택 취득세에 대한 실질적 혜택을 주는 것처럼 일종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정말 우리나라 경제가 이만큼 성장해서 투자대기자금이 엄청나게 되어버린 것이라면 건강한 투자처를 마련해주거나.

 

사실 정말 바라는 것은 서울이나 수도권 아닌 곳도 선택의 충분한 목표가 될 수 있도록 교육, 기업, 문화 등을 총체적으로 엮은 정책을 만드는 거다. 출생 감소나 아파트 가격이나 결국은 다 한 가지 문제일 것이므로.

 

인구도 이제 한동안은 줄어들어가는데, 열 개가 넘는 아파트촌 '혁신도시'가 과연 방법 측면에서 제대로 된 수도권 분산 정책이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아. 물론 알고 있다. 문제제기는 쉽지만 해결책은 쉽지 않다는 것.

그래도 장기적으로 건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인 것 같다. 개별 소유권을 일일이 매입하기 힘들어서, 그리고 고쳐 써서는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에 기존 '헌'집들 옆에다 새집들을 잔뜩 만들었던 과거 10여년간의 정책들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